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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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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있음과 목적 없음 두 축의 균형

한국정신분석전문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 벤처대학 대학원에서 정신분석을 강의한 박종서 목사는 과거 동아음악콩쿠르 작곡 부분 1위에 입상하고, 범세대 음악회에서 서울시향과 협연 등, 다수의 작품 발표로 연주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현재 양지 평안교회 담임목사, 평안누리(양지햇살, 1318happy zone 아람, 그룹홈 ‘미래와 희망’) 대표로 일하고 있는 그가 최근 현대인들을 위한 정신분석에 관련된 책을 썼다.

 

Q. 이 책을 쓴 목적은 무엇입니까?

A. 인간은 창조적으로 태어났기에 창조적인 인생,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신명이 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빨리 지치거나 시들어 버리죠. 들에 핀 잡초와 들풀도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며 살아가지 않습니까? 지나친 목적 추구는 이러한 과업에 역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참자기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 속에 자신을 소외시킬 때, 삶의 무료함으로 고통을 받게 됨은 물론, 이것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때로 ‘건강한 퇴행’이나 ‘놀이’와 같은 우회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잃어버린 참자신의 모습을 발현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삶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다시 그것을 찾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 정신분석적으로 엮어 낸 글입니다.

 

Q. ‘목적 있음’과 ‘목적 없음’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밤의 쉼은 목적 없음이고 낮의 활동은 목적 있음입니다. 이 두 축이 항상 함께 받쳐 주어야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부성의 축인 ‘목적 있음이 이끄는 삶’만 있으면 되는 줄 압니다. 그러나 모성성의 축, 곧 목적 없음의 삶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한 가지 축으로 항해할 수 없습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것은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이 선행될 때만 유효한 것이죠. 목적 없음, 아무것도 아닌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거기에 에너지의 인풋(input)이 있습니다. 목적은 있는데 나아갈 힘이 없거나, 힘은 있는데 목적이 없거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데 다람쥐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면 두 축의 균형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Q.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적극적 삶은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고 오직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전투적인 삶을 살게 되죠. 문제는 전쟁터에는 문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쟁에는 총소리와 파괴와 신음 또는 승리의 함성만 있을 뿐, 거기에서 시를 쓸 수는 없습니다. 전쟁터에서는 “왜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지?”라고 사색하고 질문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픈 사람을 공감하기보다 “목표가 저기인데….”라며 항상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비인간적이고 각박합니다. 때로 후방에서 치료받으면서 쉼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돌격 앞으로만 한다면 결국 전쟁에 승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목적을 향해 나가야 할지, 아니면 목적 없음을 향유하며 충전해야 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에서의 목적 없음은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 내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목적 없음의 삶을 살면서 평생을 살아갈 힘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 조숙한 삶을 살았다면, 목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축적할 기회를 잃은 것입니다. 목적 없음의 삶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준비이지, 결코 병리가 아닙니다. 이것이 목적을 향해 달리는 독자들에게 되돌아가 쉬어 가기를 권하는 이유이죠.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A.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이 책이 나르시시즘, 공격성, 광기의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병리에서 나와 더 건강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병리를 합리화하고 더 병리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병리적인 사람이 더 창조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병리 속에는 숨어 있는 진실이 있고, 그 병리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광기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만 광기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휘둘리면 그 광기는 파괴적 역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광기가 다루어진다면, 그 광기는 인간에게 말할 수 없는 영혼의 기쁨과 위로를 안겨 줄 수 있는 창조적 힘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공격성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삶을 살맛나게 하고 열정과 활력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