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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앤크라프트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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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을 낸 김재희 작가 인터뷰

 

 

 

책과 나무 에디터: 안녕하세요, 김재희 작가님. 작업을 끝내고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어떤 작가분인지 궁금했어요.

 

김재희: 저도 반갑습니다.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을 편집하시는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에디터: 인터뷰하면 가장 궁금한 게, 어떻게 이 작품집을 내시게 됐는지, 그리고 각 작품마다작품을 집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재희: 이 작품은 제 단편소설들로 엮은 소설집입니다. 1999년 MBC 아카데미 드라마작가반에 등록하면서 시작된 작가의 꿈은 5년을 드라마 시나리오작가로, 그리고 2006년 《훈민정음 암살사건》을 내면서 추리소설가로 살면서 이루었습니다. 그간 《경성 탐정 이상 1-5》 시리즈와 《서점 탐정 유동인》 등 많은 추리소설을 냈지만, 단편 소설집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20년간 틈틈이 발표한 단편소설을 내면서 드라마작가·추리작가로서 작품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새로이 맞이하는 50대로 진입하면서 작가로서 재탄생하는 계기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각 작품마다 추억과 일화들이 많은데, 〈타임슬립러브〉는 어느 매체에도 발표하지 않은 미발표작입니다. 김선민 작가의 스토리디자인 워크숍에서 플롯을 개발해 쓴 중편소설입니다. 무척 파격적인 소재라 쓰기를 망설였는데, 김선민 작가가 적극 써 보라 권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에디터: 무척 새로운 신선한 이야기라 놀랐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쓰게 된 직접적 모티프가 있는지요?

 

김재희: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 피츠제럴드의 원작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 타임슬립러브를 감행하는 중년 여성을 묘사해 보았습니다. 김선민 작가와 플롯을 짜는 워크샵에서 제가 아주 파격적인 중년 여성의 일탈을 제대로 보여주겠다 말해놓고, 스토리를 짜왔는데 막상 못 쓰고 있었어요. 김선민 작가가 나중에 왜 못하느냐 질책을 했고 부랴부랴 중편소설로 썼습니다.
미국 사실주의 현대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나오는 망연히 창문이나 허공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그림을 보면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골똘히 생각해본 적 있었어요.
중년의 여성들은 자식들이 커가면서 빈둥지 증후군도 생기고, 사회생활을 할 공간이 없으니 무료한 데다 갱년기 증후군으로 심리적 갈등이나 허무에 빠지기 쉽습니다. 혹시 화가가 그걸 알아차리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나, 중세 유럽의 그림들에도 이런 여성 초상화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중년의 여성을 묘사할 때 그렇게 그리더군요.
아! 싶었습니다.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한 여성의 기이한 여정을 그려보았습니다. 물론 충격적 과정과 일탈에 놀라셨을지 모르나, 모든 게 판타지이니 그저 재미로 즐겨주시고, 삶을 반추하는 여유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부처꽃 문신에 담긴 꽃말〉은 특이하게도 강원도 정선의 고한추리마을이 배경인데요. 추리마을이 실존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희: 네. 실존합니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즈음에 고한읍장님과 주무관님들이 여의도에 있던 추리작가협회 사무실을 방문해서 우리 협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에 협약을 맺어서, 저희가 고한추리마을을 다녀오고 협회 소속 작가들이 앤솔로지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을 냈습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이고 제목을 고쳤습니다.
고한추리마을은 그대로 추리소설의 배경입니다. 강원랜드나 폐광, 석탄유물전시관 등이 장르의 느와르 느낌과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폐광으로 들어가는 광부인차 탑승 체험은 정말 인생에서 한 번은 경험해 볼 만한 묘한 느낌을 줍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추리작가협회에서 2018년 31회 여름추리소설학교를 고한추리마을에서 했던 일도 있었는데, 경찰 프로파일러 등 여러 유명한 강사님들이 강연을 펼쳐주셨고 웹툰작가와 유명 소설가, 드라마 피디들이 참석했습니다.

 

에디터: 다른 작품들도 조금 설명을 해주세요.

 

김재희: 〈메살리나 콤플렉스〉는 30대 초반 처음으로 소설을 쓸 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요부 메살리나 황후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기이한 사람이라 생각돼 쓴 작품입니다. 역사의 행간에 상상력으로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메살리나를 현대의 사람과 조각상으로 되살려 보았습니다.
〈공모전 살인 사건〉 제가 워낙에 그간 공모전에 작품을 내고 떨어진 일들이 워낙 많아 생각에 상상을 거듭해 판타지로 풀어냈어요. 물론 소설 속 내용은 모두 허구입니다.

 

에디터: 작가님도 공모전에 많이 떨어졌다는 게 놀랍습니다.

 

김재희: 아마도 그런 역사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공모전에 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
삶은 도전의 역사인가 봅니다.
〈대쾌〉는 신윤복이 정조의 밀명으로 일본에 건너가 풍속화가로 일한다는 《색, 샤라쿠》 장편소설을 쓰면서 연구한 최북의 일대기를 단편소설로 구성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진실한 사랑을 처음으로 탐미적으로 묘사해 봐서 의미 깊었던 작품입니다.

 

에디터: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과시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담긴 표지가 무척 신선하고 재밌는 발상이라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표제작을 쓰신 거죠?

 

김재희: 이 작품은 동료 드라마작가의 아버님이 사시는 실버타운을 방문하고 영감을 받아 올해 쓴 가장 최근의 미발표작입니다.
실버타운의 할머니 삼총사들이 포르쉐 오픈카를 훔쳐, 과거 사랑했던 남자도 보러 가고, 비키니를 입고 수영장도 가는 에피소드를 넣어 경쾌하게 써 보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가영 언니를 드라마작가로 설정해서 대사를 전혀 할머니답지 않게 쓴 게 포인트입니다.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품집으로 작가로서 20년 경력과 저의 생활인으로서의 3, 40대를 정리하면서, 더 좋은 작품을 쓸 풍요로운 50대를 기약해 보며 다짐하듯 쓴 작품입니다.
무조건 노년 여성들이 재미있고, 귀엽고 경쾌하고 섹시하게 그리는 데 주력을 다했습니다.

 

에디터: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김재희: 독자분들이 〈러브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처럼, 화끈하고 재미있고, 일탈이 있는 달콤 씁쓰름한 민트초코 같은 날과 풍요로운 브라운 같은 여유로운 나날들을 이어지길 바랍니다. 제가 또 김재희 추리월드 초대장을 보내 드리면 주저하지 마시고 와 주십시오. 풍요실버타운의 할머니들처럼 찐한 재미나는 일탈을, 그리고 타임슬립러브처럼 진기한 추리 여행을 같이 시작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