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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릴 때 떠나자, 다리 떨릴 때 후회 말고!

2018-01-24

가슴 떨릴 때 떠나자, 다리 떨릴 때 후회 말고!
나무가 나이테로 제 몸에 세월을 긋듯, 여행의 기쁨을 글자에 담고 문장으로 엮어 인생의 나이테로 삼기로 했습니다. 키만큼 쌓인 여행기 옆에서 능글맞게 웃은 홍안의 노인이 되는 게 마지막 목표죠. 뉴질랜드를 일주하던 도중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 책의 최종 원고 수정을 마쳤습니다. 일본관통기 다음 인생 프로젝트 3탄은 보나마나 뉴질랜드 일주기가 되겠네요.

 

Q. 여행기를 쓰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A. 저는 평범한 월급쟁이입니다. 어느 해 창사기념일에 20년 근속패도 받았죠. 자식 건사해 준 패가 고마워 마냥 눈시울이 뜨거운데, 무거운 유리덩이를 가슴에 품자 난데없이 귓불이 빨개졌습니다. 달리 돈 버는 재주 없이 20년이나 회사 그늘에서 나날이 무능해져 왔구나. 속을 들켜 민망한 저는 정색을 위해 스물일곱 첫 출근하던 파릇한 날을 떠올렸습니다. 흘러간 시간이 꼭 나쁘지만 않았다고 근거를 대고 싶은데, 근속패 안에 박제된 청춘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 개꿈 같이 희미하기만 하더군요. 색 바랜 사진처럼 티미한 시간들을 긍휼히 여겨 그날 저녁 근속패를 쓰다듬으며 저는 소주를 한 병 마셨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지나간 20년이 이랬다면, 다가올 20년도 그럴 것인가. 저는 조금 분명하게 제 시간을 기록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일기에 적듯 한 줄씩 써 나가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일생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하는데, 다름 아닌 ‘일 년에 한 나라 일주, 여행기 한 권’이었습니다.

 

Q. 이번에 출간한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 책 『진짜 일본이 궁금해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기차여행, 일본관통기』는 이러한 일생 프로젝트를 위한 제 두 번째 기획입니다.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세 차례 일본에 갔는데요,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기차를 타고 규슈 최남단 마지막 마쿠라자키역까지 혼자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바다 건너 오키나와로 가 나머지 14개 역도 순례했죠. 그 와중에 치밀하다거나 특별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는 게 나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책 곳곳에 일본 역사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요?
​A. 일본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오키나와입니다. 오키나와의 옛 지명인 류큐(琉球)는 1429년 나하(那覇) 슈리(首里)성을 도읍으로 통일왕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러다 1879년 일본 침략으로 450년 통일 왕조가 멸망하고 일개 오키나와 현으로 전락하며 차별받기 시작하죠.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본토 사수의 최전선이 되어 류큐인은 중노동,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맙니다. 82일간의 오키나와 전투로 인간 방패나 자살 강요로 죽은 오키나와 주민은 14만 명이 넘죠. 1945년 4월부터 오키나와는 미군이 신탁통치를 시작해, 32개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섬 면적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에 강제 병합된 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어를 사용하면서도 일부는 원주민어인 호겐(方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본토인과 인종도 다르고,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잔인하게 죽은 걸 생각하며 적개심도 가지고 있죠. 2013년 5월에는 류큐 자주독립을 지지하는 『N27』이란 잡지가 창간됐으며, 류큐 공화국(Republic of Ryukyus)을 준비하는 류큐 국가독립 연구회가 결성되기도 했죠.

 

Q. 독자분들을 위해 일본 여행 팁을 하나 말씀해 주세요.
A. 일본 여행에서 방문 기념 도장을 찍는다는 건 은근한 중독입니다. 한번 찍고 나면 다른 역이나 관광지에서 반드시 도장의 위치를 찾게 되죠. 나중에는 도장을 찍기 위해 열차를 놓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지경이 되고 맙니다. 철도가 발달한 일본에는 열차 여행 마니아도 많고, 전국 모든 역을 돌며 도장 찍는 성지순례자도 엄청납니다. 인생의 마지막 목표처럼 도장을 찍으며 다니는 노인들의 모습은 종교적 엄숙함마저 일으키죠.

 

Q. 앞으로의 계획은요?
A. 나무가 나이테로 제 몸에 세월을 긋듯, 여행의 기쁨을 글자에 담고 문장으로 엮어 인생의 나이테로 삼기로 했습니다. 키만큼 쌓인 여행기 옆에서 능글맞게 웃은 홍안의 노인이 되는 게 마지막 목표죠. 뉴질랜드를 일주하던 도중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 책의 최종 원고 수정을 마쳤습니다. 일본관통기 다음 인생 프로젝트 3탄은 보나마나 뉴질랜드 일주기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