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은 오직 사유의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정신적 고통이다. 외로움은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질병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도 불린다. 시카고대학의 카치오포 교수는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은 사고나 암이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했다. 힘들거나 어려울 때 옆에서 같이 공감해 주거나 이를 호소할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은 극에 달한다. 그래서 레바논에는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는 속담도 있다.
21세기의 감염병으로도 불리는 외로움의 폐해는 심각하다. 우울증 · 무력감 · 분노 등을 일으킨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 피우는 만큼 해롭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외로움과 고립에 시달리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29% 더 높고, 뇌졸중은 32%, 치매는 50%가 더 높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 가운데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44쪽)
인생은 몇 막까지 갈 수 있는가. 100세 시대인 지금은 ⑥막까지도 살 수 있다. 이런 연극이 중도에서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결혼하지 않으면 반쪽 인생을 사는 셈이다. 인생이란 넓고 큰 퍼즐에서 몇 조각만 맞추다 그만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인생은 미완성’이라지만 인생을 ②막으로 끝낼 순 없잖은가?
혼자 사는 사람의 연극은 ②막으로 끝나는 1인극에 비유할 수 있다. 감독도 자신이요, 주연도 자신이다. 관객도 자신 한 사람뿐이다. ‘요만큼 알면 요만큼 살다 간다’는 게 인생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아이를 낳는 ⑤막까지, 나아가 ⑥막에까지 가면 인생의 전 과정이 퍼펙트하게 마무리된다.
모든 과정에서의 삶이 진하게 응축되면 완벽한 자신의 ‘역사(history)’가 만들어진다. 인생사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96쪽)
사람의 짝은 서로 돕는 남녀로 이뤄진다. 이게 바로 결혼이다.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은 김남조 시인이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시 「편지」)”고 말한 것처럼 서로에게 사랑스런 사람들이다. 김 시인이 “너를 위해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든지 다 주마(시 「너를 위하여」)”라고 다짐한 것처럼 인생을 잘 살 것이다. 이렇게 맺어진 두 사람은 먼 인생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배는 두 사람이 노를 저어야 균형을 이루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독일 서정시인 라이너 쿤체는 “한 사람은 별을 알고 다른 한 사람은 폭풍을 알아 바다를 순항할 것”이라고 읊었다. 별은 방향성을 뜻하면서 인생의 목표점을 암시한다. (166쪽)
가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집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산이 있고 없는 차이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집이나 재산은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사고 만들 수 있지만 가족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가족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많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이게 ‘가족 격차’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 해도 가족이 없다면 다 가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처럼 천 마디 이상의 큰 울림이 있다. 가족이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정용철 시인의 시에 잘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