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에서 괴물은 그 기괴한 외형보다 인간 내면의 통제 불가능한 측면을 지시하는 것으로 심화되어 간다.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우리가 사이코패스, 정신병자, 소시오패스, 분노조절장애자 등 보통 사람과 동일한 외양을 지닌 어쩌면 인간 모두가 포함될 수 있는 진짜 괴물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브램 스토커의 서사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독점 자본가로 진화하고 있는 괴물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일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자본가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부르주아마저도 두려워하는 독점 자본의 상징이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이다.
뱀파이어는 좀비와 더불어 현대 괴물 서사의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존재이다.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고 있다. 공작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비단보 같은 깃을 펼치듯이 뱀파이어들은 먹잇감을 끌어들이기 위해 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대중문화 속의 뱀파이어는 성별과 상관없이 유혹자로 여겨진다. (86쪽)
영화 〈부산행〉에 등장하는 좀비의 의미작용을 살펴보기 위하여 중심인물 석우와 대립적 의미를 설정해 볼 수 있다. 좀비는 몸은 살아 있지만 영혼이 죽어 있는 상태이다. 좀비에게는 살아 있는 것과 죽은 상태가 동시에 드러난다. 그러므로 좀비의 삶은 영혼이 죽어 있기 때문에 부조리함을 나타낸다. 또한 중심인물 석우는 살아 있지만 역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목적을 알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석우는 일상에서는 영혼을 잃은 부조리한 존재이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자기희생을 통해 인간다운 모습을 회복한다. 좀비가 살아 있음은 부조리를 의미하고, 석우의 죽음은 합리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의 서사 속에서 좀비의 모습과 석우의 모습에는 삶과 죽음, 합리와 부조리한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160쪽)
〈괴물〉의 괴생명체나 〈곡성〉에 등장하는 외지인으로 표상되는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한 현상들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그런데 혐오의 정서는 인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자기혐오의 또 다른 현상으로 표현되는 타자로 볼 수 있다. 소통의 부재는 대상의 타자화를 의미하고 그것은 혐오의 정서를 유발한다. 혐오가 낳은 단절과 배제는 영화 속에 등장한 괴물과 같은 기형적 폭력을 유발하게 된다.
괴물은 사회 안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이건, 밖에서 침입한 것으로 보이건 그 사회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그 존재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 안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회 안에서 타자화하는 대상에 대한 소통이 단절될 때 폭력적 관계로 작용하게 된다. (251쪽)
영화 〈디워〉와 〈신과 함께〉 시리즈는 전형적인 고대 설화의 서사 전개 방식으로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의 주제를 담고 있다. 인간이 몸담고 있는 현실은 부조리하고 선이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 〈디워〉에서처럼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가 싸워 선이 승리하는 것처럼 세상의 질서가 유지되는 이상적 세계를 꿈꾸게 된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처럼 부조리한 현실에서 못다 이룬 업은 저승에서 받는 심판으로 공정하게 상벌을 받는 것이 또한 환상적 세계인 것이다.
〈늑대소년〉에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공감과 소통의 낭만적 사랑을 통해 해소하고 〈디워〉나 〈신과 함께〉에서 정의가 실현되고 공정한 심판이 이루어지는 세계를 꿈꾸는 것은 현실이 부조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