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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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마루 끝, 땅바닥에 신발장도 없이 각자 신는 신발 한 켤레씩이 놓여있었습니다. 출근하려고 보니 엄마가 서계셨어요. 얼어붙은 제 구두를 젖가슴 사이에 품고 맨살로 녹이며 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저는 출근길이 바쁘다며 신발을 빨리 꺼내놓으라고 핀잔만 주었습니다. 품에서 꺼내놓기 무섭게 신고 휑하니 집을 나섰습니다.
곰곰이 헤아려보니, 그때 엄마는 50대 중반이셨습니다. 남편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우느라 일찍부터 겉모습이 볼품없게 되셨지요. 저에게 퉁바리를 맞으면서도 얼어붙은 신발을 매일 안고 계셨던 것을 생각하면 엄마는 불만이나 원망 같은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순도 높은 사랑을 마음 가득히 지니셨던 게 분명합니다. 이른 나이에 벌써 늙은 바나나가 되셨던 모양입니다.
-늙은 바나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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