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하나 움켜잡고
지는 노을 뒤로 아름다운 모습
윤동주 시인의 별과
고흐의 별을 함께 기억하는
애달픈 몸짓
암흑의 공간에서
어둠을 닦으며 나를 보던 눈동자
그 반짝거림이 이슬을 타고
수십만 광년에서 떨어진다
결코, 죽음보다 멀리 있지 않은
아련한 빛, 농축된 슬픔이다
_「별빛 눈물」
가마에 불을 지피면
밀폐된 그곳은
또 하나
작은 세상,
고운 유약 살붙이 되어
좁은 화염 속을
입술만 한 미소로
뜨거운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아왔다
(중략)
바람이 불면
흙 향기 날리는
내 몸이
차가운 땅에서 맨발로 딛고
불꽃처럼 타다 식으리라
오랜 세월 빛나는
별처럼
어두운 가마 속에 등살을 어루만지며
빛이 부서지리라
내가 만든 것은
세상의 문이 아니라
들꽃 같은
작은 숨결이었다고
도자기에서 달관된 빛이 느껴질 때
나는 조각난 파편처럼
깨진 상처 위에 있어도 좋으리라
_「가마에 불을 지피면」
그림 뒤에 벽이 허-한 것은
하나의 작품을 벽에 걸기 위해
그림 밖으로
사라진
그림 속에는 남지 못한 색들의 고귀한 여흔이
비할 바 없이 아름다웠던 색들의 장대한 희생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 벽에 서려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 뒤에 벽이 허-한 것은
너 하나만큼은 꽃처럼 피어나라고
그림이 될 수 없었던 그림들이
품에 못을 박고
넓은 가슴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_「그림 뒤에 벽이 허-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