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서동요 리스트’를 지인들에게 미리 공지하고 계획대로 달성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유명인 축에 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처음엔 힘들 것 같지만, 일단 무엇을 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욕구가 왕성해져서 노력이 진행됨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한 시기가 바로 은퇴를 한 직후였다. 은퇴에 직면할 당시에는 아쉽고 때론 섭섭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은퇴는 직장이라는 무거운 틀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 것임에 분명했다. 은퇴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는 생의 축복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17쪽)
故 김광석 님의 〈어느 60대 부부 이야기〉 가사 중에 막내아들 대학 입시와 큰 딸아이 시집가던 날 흘리던 눈물방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눈물로 승화된 듯 지난 삶은 오히려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시니어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삶이었기에, 그 눈물의 결실에 달하기까지 쏟아붓던 열정과 사랑은 당연히 행복한 삶의 일부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젊은 시절 근검절약과 인내를 덕목으로 살아온 우리 시니어 들이 삶의 과정을 감상적인 회상의 소재로만 삼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공적인 삶의 과정을 통해, 지금의 평온함과 소소한 여유라도 누릴 수 있음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목소리 큰 이들의 불행론에 같이 편승할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를 감사히 여기는 행복전도사의 역할을 맡아야 골든 시니어이지 않을까요? (37쪽)
오래 살아남고 더 큰 일을 하려는 자는 굽어질 줄 알아야 한다. 아니, 일부러 몸을 낮출 줄 알아야 한다. 즉, 굽어짐이 온전한 것이란다. 선산을 지키는 나무를 보아도 비스듬히 옆으로 누운 나무가 많다. 곧게 쭉쭉 뻗은 나무는 벌써 베어져서 목재로 사용되고 말았을 것이다. 어느 날 수승대 탐방 길목에서 본 굽어진 나무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곡칙전(曲則全)이라…. 굽어짐이 곧 온전한 것이다.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