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행복을 찾자. 그것은 조그만 어촌의 갯바위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일 수도 있고, 한여름 대관령 능선에 올라 텐트를 치고 밤 별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질 만큼 차 광택을 내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제철을 맞은 딱새우를 주문해서 새우 하나에 소주 한 잔을 즐기는 것을 최고의 낭만으로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 행복해지는 방법도 있지만, 불행에 가까워지는 방법도 있다. 이건 아주 쉽다. 평소 미워했던 자를 자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자를 모질게 복수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것이다. … 생의 무기력함은 목표가 없어서라기보다 삶의 기준을 잃고 헤맬 때 찾아온다. 행복의 가치는 불행을 통해 알게 되고, 기쁨이라는 감정 또한 슬픔을 통해 선명하게 배운다고 했다. 신은 늘 인간의 인생길 매순간에 행복과 불행이라는 두 개의 돌을 깔아 놓는다. 그중 어떤 돌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29-30쪽)
고통이 없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매사가 순조롭기만 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모든 만물은 성장하면서 아픔을 겪는다. 식물, 동물, 사람 이 모든 생명체의 성장엔 아픔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작용한다.
사람의 성장은 곤충의 탈피와 흡사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번데기를 보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조차 안 된다. 하지만 번데기 속의 유충은 매 시각 성장해 끝내 자신의 껍질을 벗는 고통 끝에 화려한 나비로 비상한다. … 생명력을 뽐내며 자태를 자랑하던 푸른 꿈이 잿빛으로 추락하는 이유는 고통을 겪어서가 아니다. 고통 끝에 희망을 버린 까닭이다. 자신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실패와 고통을 소중한 자산으로 끌어안을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114-115쪽)
나이는 속일 수 없는 인생 계급장이기도 하다. 벼락을 맞고 태풍에 흔들린 고목의 열매가 더 향기롭고 맛도 좋다고 한다. 넘치는 에너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함이 청년의 매력이지만, 노년은 잘 익은 중후함과 은근하고도 깊은 맛의 매력을 지녔다.
그 매력을 스스로 가꾸며 ‘찬란한 노년’을 만끽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생 종착역에 다다른 사람처럼 마음마저 늙어 버린 사람도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생의 황금기는 죽도록 일하며 아이들 먹여 살리기 위해 분투했던 장년 시절이 아니다. 가파른 비탈을 오르며 가족에게 헌신했던 사람이 정상에 오른 후 아름다운 산맥의 능선을 만끽하며 걷는 노년기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다.
만끽하라. 맛난 것이 있으면 찾아서 먹고, 아내의 손을 잡고 또는 벗들과 함께 놀자. 자고 싶으면 자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도전하자. 책을 읽고 걷자. 가족과는 웃음꽃이 피어날 일을 계획하자. 새벽이슬 맺힌 꽃을 보러 산을 오르고, 함께 걸어온 아내에게 맛난 것을 선사하며 낭만을 즐기자. (200-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