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게, 짱뚱어, 참갯지렁이가 살고 널배(갯벌 썰매)를 탄 어부들이 질퍽한 갯벌을 다니는 삶의 현장, 갈대가 손 흔드는 순천만 습지! 순천만은 소금땅에 사는 염생식물인 칠면초, 갯개미취, 갯까치수영, 갯질경이와 바닷가 모래땅에 사는 순비기나무, 갯메꽃이 군락을 이루고 겨울의 손님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낮에는 논에서, 저녁 에는 갯벌에서 평화롭게 사는 곳이에요.
“저길 봐! 흑두루미 무리가 풍요로운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어!” 아빠가 가리키는 곳에는 흑두루미 몇 마리가 한가롭게 갯벌을 거닐고 있었어요. (14쪽)
솔바람이 힘차게 나무를 흔들어 마지막 남은 도토리들을 땅에 떨어뜨렸어요.
“도토리를 모두 땅으로 보냈으니, 겨울 준비들 잘 하렴, 다람쥐야,” “바람아, 고마워!”
다람쥐는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어요. 하지만 졸지에 빈털터리가 된 참나무는 금방 울상이 되었어요.
“너도 도토리를 떨구고 이제 겨울 준비를 해야지, 참나무야.”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참나무 가지가 솔바람에 ‘차라락’ 흔들렸어요. 솔바람이 참나무를 토닥토닥 달래주는 소리 같았어요. (29쪽)
“어판장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이지만, 생선 배 속에 라면 봉지도 나오고 낚싯바늘에 걸렸다 살았는지 지느러미가 찢겨 상처 입은 생선도 있단다.”
철호는 페트병 사이를 헤엄쳐 다녔을 아귀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큰일이구나. 쓰레기 먹은 물고기, 기형이 된 물고기가 잡히는 걸 보면 바다가 얼마나 많이 오염이 되어 있을지...
이제 생선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으니 걱정이구나.”
엄마의 말씀처럼 병든 물고기만 사는 바다를 상상하니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어요. (39쪽~40쪽)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숲속과 강의 동물들 이야기는 무궁무진했어요. 여름이면 찾아오는 물총새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물을 쏘아 사냥하는데 퍼덕이는 물고기를 패대기를 쳐 기절시킨다고 하셨어요. 수달의 발자국을 보면서는 수달이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 새끼를 데리고 왔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한여름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매미가 우는데 매미는 7년을 땅속에 굼벵이로 살다 밤에 살며시 나와 나뭇가지에 올라가서 우화(羽化. 곤충의 번데기가 변태하여 날개 있는 성충으로 바뀌는 것)하여 성충 매미가 된대요. (53쪽)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나눠 먹으렴.”
어미 수달이 소리쳤지만, 새끼 수달들은 하루 종일 먹이를 가지고 싸웠어요.
어미 수달은 하루하루 커가는 새끼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했어요.
“그래, 지금 아주 잘하고 있으니 힘을 내요.”
해님은 어미 수달을 향해 응원의 말을 남기고 또 누군가를 깨우기 위해 높은 산 위로 훌쩍 떠올랐어요. (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