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타자와 관계없이 오직 자유인으로만 살 수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곳곳엔 내 삶을 규정하는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존재한다. …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펼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빛낼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만 한다. 그래서 우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답변은 절대 타자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가 찾아야만 한다. 자신의 고뇌와 성찰에 의해 나라는 존재를 찾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자와 조화된 내 삶의 진정한 빛깔을 알 수 있다. (21쪽)
사랑이 식어 갈 무렵, 다시 찾아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모습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한 사랑은 쉽게 타올라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다. 나를 알지 못하는 포용은 참된 포용이 될 수 없다. … 정말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여백의 공간 너머 상대방을 그 자체로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참된 나’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69쪽)
무의식에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는 내가 선택하거나 판단하거나 자율적으로 행위하여 나타난 어둠이 아니다. 무의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부할 수 없는 주변의 환경, 성장 배경, 관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의식의 깊은 곳에 쌓여 나타난 결과이다. … 다만 중요한 것은, 모두 우린 그런 무의식의 아픔을 가지고 이 순간을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감추고 싶은 무의식이 존재하듯 상대방도 그런 아픔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치유책은 서로의 무의식 앞에 깊은 배려와 위로를 전하는 것뿐이다. (83쪽)
몰입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몰입의 대상이다.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즉흥적 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기에 중독이라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자기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만 한다. 빛나는 것은 그 빛 속에 수많은 어둠을 담고 있다. 어둠과 인내의 시간이 있어야만 빛나는 것이다. 이러한 어둠과 인내의 시간이 없이 빛나는 것은 얼마 가지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자기의 몰입된 삶 속에서 그 삶이 빛나기 위해선 삶에 대한 성찰과 고뇌의 과정을 바탕으로 참된 몰입의 과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49쪽)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암울함으로 인하여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길 위로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없이 많이 넘어지고 아파하면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내성을 쌓고 더 큰 희망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는 이제 그들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다. … 상처와 어려움은 신이 주신 공생을 위한 선물일 수도 있고, 모두의 자멸을 위한 신의 재앙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가 선물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상처의 어루만짐은 인간의 자생적 눈물의 가치를 더욱더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죽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빠져서 바닥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일처럼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격려하고 힘을 내라고 말해 준다면 인간의 눈물은 공생을 위해 더욱더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205-2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