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공작이 날개를 활짝 우아하게 펼치듯, 수사자가 갈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위엄 있게 걸어 보이는 듯, 여러 몸짓으로 우리와 함께 머물러 왔다. 이러한 춤은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며 인간 생활에서 아름다움을 가꾸어 낸다. 이로써 춤은 우리 삶에 때론 구애의 수단으로, 치료의 수단으로, 대중의 연희로서, 사교 활동으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또한 춤은 인간의 영혼의 육성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기도 했다. 플라톤에 의하면 춤의 리듬과 조화는 영혼에 잘 스며들어 예의 바름과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반면에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은 ‘아코루투스(achoreutos)’라고 하여 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을 의미했다. (15쪽)
프랑스에 발레(Ballet)를 사랑한 루이 14세가 있다면, 영국에는 볼타(Valta)를 즐겨 춘 엘리자베스 1세가 있다. 볼타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애호하던 춤이다. 그녀가 가장 애호하던 볼타는 16~17세기 유행했던 춤으로, 경쾌하고 활달한 동작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볼타 음악의 다섯 번째 박자에서 남성이 여성을 높이 드는 장면이 있는데 듀엣의 가장 정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엘리 자베스(Elizabeth)〉를 보면 엘리자베스가 로버트 더블리와 볼타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궁정춤이 춤 스텝의 용어, 음악의 여러 변화 등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15~16세기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첫 무모 법인 토이노 아르보에 이어 만들어진다. (38쪽)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전통이 그저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거나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전통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답을 떠올리며 북한의 춤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유구한 것이라 해도 변화하지 않는 전통은 소멸하고 만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은 둘로 나뉘었지만 전통을 잇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과 동시에 새로운 춤을 개발해 왔고, 북한은 무용기법 개발로 조선무용체계를 완성시켰다. 그들은 사회체제에서 풍습과 얽히어 삶의 가치와 지향을 반영했다. 또한 주체사상에 의거하여 춤이 발전되어 왔다. 이를 ‘주체무용’으로 명명하고 사상성과 독창성을 강조한 고전무용과 혁명무용을 만들어 냈다. (133쪽)
한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신상미의 1997년 살풀이춤 분석을 시작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2002 세계 춤표기법 심포지엄 및 재현공연’에서 외국 무용수들이 라반 무보법으로 한국 춤을 재현하는 실험이 있었으며, 현재는 정서를 표현한 춤 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라반의 무보표기체계를 움직임 교육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라반이 내적 충동인 에포트를 ‘인간의 내적 태도와 충동의 시각적 상징’으로 설명하고 그의 이론 속 에포트(Effort)로 내면적 충동이나 요구에 의하여 솟아나는 에너지를 움직임에 반영되도록 한 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 라반표기법은 세계적인 공통 언어로서 기능을 하며 신체 움직임을 기록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춤 연구에 기여한 바가 크다. (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