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진짜 이 녀석들, 드럽게 신경 쓰이게 하는구만.’
이렇게 자발적 집사의 늪에 빠집니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 옆, 못 쓰는 계단에 눈길이 갑니다.
‘음….’
머릿속에서 설계도가 그려집니다. 종이박스로 지붕 덮기. 벽돌로 고정하기. 바닥에 종이박스 깔고 이불 덮기. 15분간 최첨단 공법으로 뚝딱뚝딱. 도도 가족은 ‘저 아저씨 지금 뭐 하는 거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건설 과정을 감독합니다.
볕이 고운 어느 날. 이 녀석들,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계단 집은 비 오면 피하고, 햇볕이 따가워도 피하고,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출출하면 간식, 심심하면 뒹 굴고, 졸리면 자고, 나른하면 널브러지는 곳이 됩니다.
이제 이곳은 도도 가족에게 놀이터, 쉼터, 그늘, 우산, 별장, 그리고 포근한 집이 됩니다. (16-17쪽)
사우디에 있었던 동안, 열악한 환경, 너무나도 무거웠던 책임감, 터질 것 같은 압박 속에서도 그나마 고양이들이 있어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 1년 8개월 동안 가장 행복했던 모습을 하나만 꼽으라면, 너무나 어렵지만, 아마도 이때가 아닐까….
도도 가족 밥 준 지 3개월.
“얘들아~ 밥 먹어~” 부르면, “와~ 밥이다!” 우다다, 혹시 나 상처 날까 봐 만들어 준 철조망 구녕을 날쌔게 통과, 전력 질주하고는, 뀨뀨 뀨뀨, 빨랑 밥 달라고 보채는 녀석들 이 참 신기하면서도 내가 어쩌면 쓸모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자뻑감이 들게도 합니다. (33-34쪽)
비좁은 철장 안, 힘없이 앉아 있던 연탄이가 날 보더니 다가옵니다. 그러다 힘겹게 힘겹게 세 다리로 일어나서 밥그릇으로 갑니다. 밥을 우걱우걱 먹습니다. 사고 난 후에 밥, 심 지어 참치도 못 먹던 녀석이었는데….
밥을 먹으며 나를 한 번씩 쳐다봅니다.
어젯밤, 나의 물음에 답을 듣습니다.
“배가 고파요…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아저씨….”
가슴이 심하게 울렁거립니다. 지난밤에 내 머리를 빙빙 돌게 했던 이성, 논리, 비겁함이 모두 박살납니다. 울렁거리는 심장은 나를 의사한테 돌진하게 만듭니다.
억눌렀던 감정이 터집니다. 눈물이 쏟아집니다. 울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무조건 복구하세요! 무조건 살리란 말이야!!!” (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