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아는 지인도 없고 아드님들도 외지에서 살다 보니 늘 어머니 혼자서 지내시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우리 센터가 아니면 정말 아무도 찾아 주고 방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기억력이 악화되어 약 복용을 잊어버리거나 중복해서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약을 중복해서 드신 날은 독한 약기운 때문에 어지러워서 일어나지도 못하시곤 했다. … 개인 사정으로 쉬는 날에도 선생님께서는 어머니에게 약을 드리기 위해서 찾아오셨다. 또는 선생님이 급한 사정으로 못 오시는 경우에는 내가 찾아가서 약을 드시게 하면서 선생님과 나는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멀리 살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보호자들의 간절하고도 애절한 그 마음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알기에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보호자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치매 어르신들의 삶을 함께하면서 그분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마음으로 함께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이 세상은 무엇을 함에 있어 상대방 위에서 군림하면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이다. 장기요양보험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아픈 부모님을 요양보호사께 맡긴다는 것은 그분에 대해 믿음을 갖고 신뢰를 보여야 한다. … 내 부모를 내가 모셔 보아도 힘들고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많은데, 나를 대신하여 케어해 주시는 분들의 노고는 얼마나 클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장기요양보험 현장 안에서 우리는 누가 갑이고 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상자, 보호자들, 요양보호사님들, 사회복지사, 시설장들이 있지만 우리는 모두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에게 모든 일들을 협력하고 조언을 구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이 시대에 노인들의 존엄한 케어를 위해서 우리들은 그 신념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더 발전되고 향상되려면 우리 모두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할 때이다. (본문 중에서)
내가 오랜 세월 요양보호사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면서 선생님들도 일을 막 시작하셨을 때보다는 많이 변화하고 달라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선생님도 순수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경제적 이득에 의해 행동하는 모습에 간혹 실망하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이 이렇게 변하는 것을 어디 그분들에게만 탓을 돌릴 수 있을까?
대상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일을 시키다가 자신의 마음에 조금 들지 않거나 내키지 않는다고 수시로 사람을 바꿔 달라고 하는 부당한 일들을 겪고 나면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지기 때문이다. … 최선을 다해서 케어하는 요양보호사님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지 말자. 또한 요양보호사님들도 경제적 이익과 대상자와의 애정 사이에 대해 고민하고 조율하는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그 결정은 선생님의 권리이지만, 우리 현장에는 부당한 대상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의 진실된 마음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고 손꼽아 오늘도 그 손길을 기다리고 계시는 아름다운 대상자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