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보러 병원에 가는 날에는 칼루스를 꼭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도 칼루스처럼 훌륭한 일을 하고 싶어요.”
“내가 듣기로는 창이 아빠, 엄마가 더 대단하신 분들이던데. 전염병이 돌 때 의료 봉사를 하셨지?”
“칫, 걱정 말라고,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약속하고서 지키지 못하셨는걸요.”
창이는 아직 병원에 있는 부모님에게 작은 원망을 해봅니다.
“창이야, 지금의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원망스러운가 보구나.”
“네, 조금은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속상해요.”
창이는 눈물을 글썽였어요.
“나도 아버지를 원망한 적이 있단다. 우리 아버지는 아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밤낮으로 연구하셔서 나를 태어나게 해 주셨어. 그런데 과로로 병을 얻으셨고 돌아가셨어. 난 아버지의 상태를 미리 알고 쉬라고 말씀드렸지만 듣지 않으셨어.”
칼루스는 창이에게 자신을 태어나게 해 준 아버지에 대해 말해 주었어요.(22~23쪽)
그래서 도시의 따가운 눈길을 피해 내려간 곳이 남해였어요. 푸른 삼월의 하늘이 짭조름한 바다 향기에 쌓여서 넘실대는 파도에 더 파래 보였어요. 남해는 강민이 5살 때까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교통이 편해졌지만, 아버지가 어릴 때만 해도 배를 타고 가야 했다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굳었던 얼굴이 환해졌어요.
강민이 아버지는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며 늘 말씀하시곤 하지요.
“아버지, 다랑이 마을에 또 가고 싶어요. 어떤 할아버지가 소를 몰고 밭을 갈고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지 뭐예요. 아버지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세요. 소 모는 법을요.”
“녀석도 참. 이랴, 차랴, 워~말이냐.”
아버지는 껄껄껄 웃다가도 할아버지 사진을 만지며 눈물을 글썽였어요(42~44쪽)
“어머니, 제가 키워도 돼요?”
“우리 예나가 키우고 싶다면 그렇게 해. 엄마가 도와줄게.”
예나는 오팔리나 화분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었어요.
젊은 아주머니는 다육이 화분들을 예나의 마당에 가져다주었어요. 그리고 물주는 법과 이름을 가르쳐 주었어요.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다육이들이 마당 한편을 채웠어요.
예나를 위해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했는데 이렇게 예쁜 화분들을 맞이할 줄은 생각조차 못 했어요.
예나는 키도 크지 않고 흙 가까이에 자라난 다육이가 이제는 일어설 수 없는 자기와 닮은 것 같았어요.(50~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