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이라는 섬나라입니다. 한국인 학교의 교장 선생님 댁에서 태어났어요. 막 태어났을 때는 맨 마지막으로 태어나서 이름이 ‘막내’였습니다.
그런데 꼬마 주인을 만나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피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꼬마 주인은 개를 키워 본 경험은 한 번도 없다고 해요. 희소병을 앓고 있어서 얼굴빛이 창백하고 손발을 움직이는 속도가 꽤 느리고 달리기도 잘하지 못했지요. (본문 중에서)
“해피스! 아까 낮에는 미안했어.”
“끼잉…….”
“나쁜 짓을 하는 친구들을 말리지 않아서 말이야. 너처럼 좋은 친구도 없는데…….”
“…….”
말을 마친 다복이는 작은 개집 안으로 쏙 들어왔습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옆으로 비켜 앉았습니다. 다복이는 처음엔 좀 불편해하더니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나는 밤새 한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털로 다복이를 포근하게 감싸 주느라 그랬지요. 나무도 이파리들을 개집 지붕 위로 떨어뜨려 주었어요. 하늘에 뜬 달님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우리 둘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렇게 맛있는 닭고기 간식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라니, 윌리엄이 부러워졌습니다.
‘노신사가 주인이라면 간식을 매일 먹을 수 있겠지? 그런 주인이라면 충성을 다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간식을 먹고 싶어 공원에서 놀고 난 후 윌리엄을 따라갔습니다.
산책 후 곧바로 들어오라는 박 선생님의 당부는 까맣게 잊은 채 간식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노신사 옆에 있던 젊은이가 갑자기 내 목에 사슬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 앞의 트럭에 싣는 것이 아니겠어요?
트럭은 달렸고 나는 고기 간식에 든 수면제까지 먹은 뒤라 한참을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소독약 냄새가 나는 낯선 곳에 묶여 있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도 있지만, 사람과 동물 사이의 사랑도 있답니다. 다복이와 나의 마음 나누기가 바로 사랑이란 걸 알았지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일에 기뻐하는 마음을 갖는 거란 걸요.
꼬마 주인은 날 아주 많이 사랑했던가 봐요. 그러기에 날 보고 싶고 날 만나고 싶고 그래서 희소병을 이겨 낸 거 아니겠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다시 만나러 올 힘도 생겼으니 사랑의 힘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생각하면서 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못 이룰 일이 없나 봐요. 다복이는 날 만나기 위해 훌륭하게도 자신의 병을 이겨 냈지 뭐예요.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가지 생각만을 했답니다. 다복이의 병이 어서 낫기를 말이에요. 그래서 나와 함께 뛰어놀 수 있기를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