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항상 고민된다. 확신을 가지기란 참 힘들다. 하지만 나의 진로 선택은 나만 알면 된다. 남의 논리에 맞출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최대한 마음을 열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또는 살고 싶은 삶이 있다면 거기에 내가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무리하고 싶으면 무리해서 해 보면 된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생각한 것과 다른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근데 그냥 할 만하면 하면 된다! 일이나 직장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별은 바꿀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든 나의 모든 선택은 나를 위한 거니까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최대한 이기적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21쪽)
나는 지금 약 2년 정도 육아휴직을 끝낸 후 복직한 지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육아휴직 동안은 육아에 지쳐서 복직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막상 복직하여 보니 약 2년간의 육아휴직의 업무 공백이 몸소 느껴졌다. … 복직 후 현재는 본래 전공인 소방직무 대신 발전기 관련 계통 등 다양한 업무를 새로 담당하게 되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으며, 나의 5년 뒤 10년 뒤의 회사 생활이 어떨지 기대된다.
사람들마다 평범함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의 평범함 기준에 아주 부합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어느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모나 언변이 출중하여 모두를 사로잡는 매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지만, 솔직하지만 둔하고 성격이 급하지만 성실하고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난 이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하며, 누구나 자기만의 강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소수인 여성 공학인이라고 해서 꼭 군계일학이 될 필요는 없다. 어느 분위기에서 스며들 수 있고 평범하지만 계속 찾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반쯤 성공한 직장 생활이 아닐까? (71-72쪽)
고교 시절 문과생이었던 내가 이과생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석사 과정 동안 쇄설성 변성퇴적암을 주로 연구하던 내가 일본 유학을 결정하며 박사 과정 중간에 새로이 탄산염암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맞닥뜨렸던 어려움이 새삼 기억난다. 낯선 등가속도 문제와 화학식을 외우고, 다루던 시료와는 새로운 시료에 대한 적합한 분석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료 전처리, 데이터 해석 등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했던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새롭게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느낀 성취감이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내게 있어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며 시작하는 것은 두렵다기보다는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설렘마저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유학 시절 나를 바꾸게 한 명언이 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한마디이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무엇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읽은 글귀였다.
어제보다 오늘 한 가지 더 했다면 어제와 다른 새로운 오늘을 사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가듯,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새로운 한 걸음을 뗀다. (146-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