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한 대가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물활동가들이 일제히 그 차를 막아섰다. 그런데 트럭 짐칸에 믿기 힘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개들이 작은 케이지에 구겨져 실려 가는 게 아닌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곳은 개 경매장. 말 그대로 개를 사고파는 곳이었다. 케이지에 개를 실어 와 무게를 달고 무게에 따라서 값을 매기며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 개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그렇다. 흔히 우리가 시골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개장수들이 싣고 와 사고파는 것이며, 이곳에서 거래된 개들은 도살장으로 이동돼 불법 도살이 되어 보신탕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26쪽)
그러나 개고기는 다르다! 축협 · 농협 · 수협 등에서 나오는 고기가 아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여 키우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도축도 불법이지만 도축 시 어떤 사육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항생제를 썼는지 소비자는 전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온지도,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는 고기를 왜 먹는 것일까? 개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의 문제를 떠나서 이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보신탕집에 가더라도 원산지가 표기된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개고기는 사실 ‘보신탕(補身湯)’이 아니라 우리 몸에 가장 ‘위험’한 음식인 것이다. (40-41쪽)
외진 곳에 살아 인터넷도 잘 몰라 개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믿지 못하였다. 하지만 진짜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유기견을 입양 보내면 된다고 해서 열심히 애들만 위해 살았다. 내가 보낸 애들만 1,700마리가 넘고 지금도 예약이 많다.
10년쯤 전에 내 팔이 부서져라 해도 끝이 없더라.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중에 누군가 법으로 하면 된다고 말해 줬다. 그럼 법을 어디서 하느냐 물으니 국회에서 하면 된단다. 국회는 어디 있느냐 물으니 여의도에 있단다. 그래서 무조건 여의도로 갔다. … 아이들 보호하고 입양 보내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강아지 유기에 관한 동물보호법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때부터 미션처럼 국회 앞에 앉아 있었다. 덕분에 성과도 좀 있었다. 가축분류법이 통과된 것이다. 물론 이건 모두 다 노력한 것이지만, 운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_배우 이용녀 (83쪽)
개고기 반대 시위, 유기견 봉사 활동 등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힘을 합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피켓 들고 소리 지르며 반대 구호를 외쳤지만, 당일 도축되는 개들의 수는 변함이 없었으며, 유기견 봉사 활동을 가더라도 갈 때마다 몇 배로 부풀어지는 아이들의 수에 더 좌절하게 되었다. 반대를 외치더라도 먹는 사람은 존재하며, 버리는 사람은 항상 존재한다. 하물며 화장실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도 여럿 있다고 한다.
동물을 버리지 말자, 학대하지 말자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윤리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도살당하기 직전의 개들은 죽음을 앞두고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다. 그 아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대기하며 죽음을 기다리며 떨고 있다. 그 ‘들리지 않는 짖음’에 우리는 대신 소리를 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_강아지 그림 작가 문서인 (149-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