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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등장하다
소리 없이 등장한 수선화 같은 그녀는 고통 속에 깊은 밤에도 잠 못 드는 나를 보더니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링거에서 떨어지는 혈액과 수액들의 흐름과 소변호스의 흐름, 소변의 모임 등을 찬찬히 아주 찬찬히 눈이 부실세라 등도 켜지 않고 스마트폰 불빛으로 전부 점검하고, 조정하고, 혈압을 쟀다.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나가려는 그녀에게 진통액을 한 번 더 주사해줄 것을 요청하니 쾌히 가져다가 조금 전 그 간호사가 풀었던 나사를 다시 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사를 놓아 진통액이 들어가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잘 놓아주었다.
주사 때문인지 그녀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고통이 덜해져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그 후 잠이 와 눈을 꿈벅꿈벅하는 동안 첫 번째 수혈이 모두 끝나갈 무렵 그녀는 정확히 그 시간에 와서는 두 번째 수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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