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에 따른 행위만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근대의 대표적인 두 윤리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행동 규칙이 아니라 ‘좋은(훌륭한) 성격’과 ‘덕 있는(유덕한) 사람’에 대한 강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덕적인 물음은 단순히 의무나 결과를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개인의 ‘성품’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행동이 훌륭한 행동인가?’, ‘우리는 어떤 성품(인격, 성격)을 지녀야 하는가?’, ‘우리 사회와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덕)은 무엇인가?’, ‘어떤 성품에서 나온 행동이 우리를 정의롭게 만드는가?’와 같은 질문이 도덕 이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것을 ‘덕 윤리’라고 한다. (23쪽)
한편, 인공지능 윤리와 관련해 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인공지능 개발 및 활용 방향을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 안”(2020)의 이름으로 제시했다. 이 윤리기준안은 3대 기본 원칙과 10개의 핵심 요건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간성(humanity)’을 윤리기준이 지향하는 최고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성을 구현하기 위한 세 가지 기본 원칙으로 ⑴ 인간 존엄성의 원칙, ⑵ 사회 공공선의 원칙, ⑶ 기술의 합목적성의 원칙을 제시했고, 이에 기초해 개발 및 활용될 인공지능은 열 가지 핵심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① 인권보장, ② 프라이버시 보호, ③ 다양성 존중, ④ 침해 금지, ⑤ 공공성, ⑥ 연대 성, ⑦ 테이터 관리, ⑧ 책임성, ⑨ 안전성, ⑩ 투명성이다. (59쪽)
테일러는 이와 같은 생명중심적 입장에 따라 우리가 네 가지 생명 존중의 규칙(의무)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자연환경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선을 지닌 어떤 실재(개체), 즉 유기체, 종 개체군, 생물 군집에 대해 해악을 끼쳐서는 안 될 의무이다(해악 금지의 의무). 둘째, 인간에게 개별 유기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간섭)을 삼가고, 개별 유기체는 물론 전체 생태계와 생물 군집에 대해 ‘손을 뗄 것’을 요구하는 규칙이 다(불간섭의 의무). 세 번째 이 규칙은 도덕 행위자에 의해 기만이나 속임을 당할 수 있는 야생 상태의 개별 동물들을 속이는 덫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신의 또는 충실의 의무). 네 번째 규칙은 도덕 행위자인 인간이 다른 개별 생명체에게 해악을 끼쳤을 경우 그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보상적 정의의 의무). (84쪽~85쪽)
의료 자원의 배분과 관련해 공리주의 정의관은 사회 전체의 이익과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하려고 한다. 따라서 공리주의는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우선적으로 강조할 건강에 대한 개인의 권리보다는 상대적으로 건강이나 복지에 관한 사회 전체의 행복의 총량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물론, 공리주의가 개인의 권리를 결코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쾌락과 행복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자신의 행복은 물론 사회 전체의 행복의 총량을 산출하는데 기여한 다면,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공리주의가 사회 전체의 효용과 행복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사실은 개인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생명·의료 윤리 원칙과 충돌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158쪽~159쪽)
그는 세계 종교의 이와 같은 근본 가르침에 기초해 ‘전 지구적 윤리’ 인 ‘세계윤리’를 제안한다. 세계윤리는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 각자는 전체의 복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생명 공동체,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지구의 보전을 위해 공기와 물, 흙 등에 대해서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인류는 하나이며, 따라서 관용하고, 봉사해야 한다. 어떤 사람도 이류 시민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며,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된다. 또 우리는 어떤 형태의 지배와 남용도 배격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를 위해 종교 간의 대화와 평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윤리의 정신이다. (254쪽)
하지만 싱어는 이러한 논리에 대해 후진국 국민들을 부양할 수 있는 지구의 생산 능력과 지탱 능력은 충분할 뿐만 아니라 문제는 단지 불평등한 국제적인 분배 구조,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착취 구조,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육류 중심의 식생활이 문제라고 반박한다. 또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의 원조와 함께 교육, 보건 위생과 피임, 여성의 사회 진출과 평등 의식, 제도적 장치를 갖춤으로써 빈곤과 식량 문제는 물론, 인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과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구 증가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원조를 통해 최종적으로 빈곤과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공리주의적으로 해석할 때, 원조가 비용보다 이익이고, 고통을 예방하며, 고통의 최소화에 기여한다는 논리이다. (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