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월드컵과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처럼 일부 거상들은 아예 검투 경기를 후원하기도 했다. 리비우스 안드로니쿠스(Livius Andronicus)라는 석유상은 검투 경기를 후원해서 수만의 군중들 앞에서 환호를 받았다. 그의 명성과 신뢰는 그의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검투 경기에 후원하는 것 이상으로 사업적 성취를 얻었다. 이는 고대에도 스포츠 후원이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중의 지지를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스포츠 마케팅은 우리 생각보다 꽤나 오래되었다. ( 24쪽)
스포츠가 아름다운 건 ‘정직한 땀의 보상’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천부적 재능을 가진 게으른 천재보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스포츠 스타의 서사에 매혹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 신체적 한계 때문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김연경 배구 선수나 박지성 축구 선수에게 더 열광한다. 그런데 만약 스포츠가 훈련으로 흘린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만 귀결되어도 사람들은 스포츠 이야기에 열광할까? 즉 훈련의 양과 승수(勝數)가 정확히 비례한다면, 경기력이 좋은 팀이 항상 우승한다면 대중은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은 ‘우연’과 ‘불운’,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특별한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 45쪽)
NBA의 요청은 단순하게도 “운동화의 색상을 바꾸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리한 캠페인 매니저들은 “에어 조던은 NBA도 공정경쟁을 위해 금지할 만큼의 성능이다.”라는 뜻으로 알려질 것으로 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에어 조던은 당시 농구화의 2배 가격인 65달러를 책정했음에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나이키는 2달 만에 7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창고의 재고는 바닥났다. 나이키가 스포츠 브랜드 1위가 된 사건이기도 했다. 에어 조던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나이키의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할 정도로 인기 있다. 2022년에만 1조 6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아직까지도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 ( 119쪽)
다음 날 크리스마스엔 양쪽 군인 간의 친선의 축구 경기가 열렸다. 군 목회자가 심판을 보았고, 경기는 3:2로 독일이 이겼다. 이날 양쪽 군대는 사망한 전우를 위한 합동 장례식을 함께 열었고, 서로 이발을 해 주며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했다. 당시 영국군 카터 소위가 집에 보낸 편지엔 “독일군이 원한다면 우린 1월 1일에도 휴전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본국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영국군 병사들이 집으로 보낸 편지를 통해서였다. 새해에 전선의 아들이 보낸 편지를 받아 본 시민들은 감격했다. ( 231쪽)
경기가 끝난 후 멘트리다가 말했다. “그가 길을 놓친 걸 보고 그저 멈췄을 뿐입니다. 이것이 공정한 결과이고 그는 메달을 딸 자격이 있습니다.” 대회 주최 측은 멘트리다에게도 명예 동메달을 수여하고 상금을 주었다. 언론에서는 이 사건들을 두고 ‘진정한 스포츠맨십’ 또는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1위를 양보하고 동메달을 양보한 선수들의 행동을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자신의 오버페이스로 인해 눈앞의 결승선을 보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선수를 부축하는 것과 경주 코스를 숙지하지 못해 이탈한 선수에게 순위를 양보하는 것을 과연 스포츠맨십이라 불러야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 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