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들쥐, 6개월, ♂)는 기분 좋게 세수하고 밥을 먹은 다음 학교로 향했어요.
밝고 맑은 햇빛과 삐죽삐죽 솟아오른 새싹이 너무 예뻐 그런지, 돌이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그러고는 아주 작은 나뭇가지를 타고 화단을 지나 다시 또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러고 보면 푸른솔초등학교의 교문이나 교실 건물의 현관은 돌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어쩌면 피해야 할 곳 중의 하나였는지도.
남들이 보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좁은 통로를 지나고 또 지나갔죠. (10쪽)
그동안 칠판 앞에 주저앉아 있던 현지의 마음속에도 이런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이고, 불쌍해라.”
쥐에 대해, 들쥐에 대해서도 동정심을 느꼈던 현지의 귀에도 이때 비로소 동정의 말들이 들려온 것이었지요.
무서웠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현지는 교실 뒤편을 살펴보았어요. 그랬더니,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생쥐가 찍찍대며 사물함 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얘들아! 그만해, 그만!”
현지는 아이들을 향해 외쳤어요.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이에요.
“살려 달라는 말도 안 들려? 살려 달라고 찍찍대잖아.”
현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죠. 자신이 한 말에 그 자신도 놀랐지만, 그러고 보면 쥐에 대한 동정심이 불꽃처럼 다시 또 일어난 것이 아니었을까요? (128쪽)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더욱이 외모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아무런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거야.’
이전의 나약한 모습을 비웃듯, 아니 나약한 모습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낸 듯 꿈과 희망이 새록새록 샘솟고 있었지요. 이처럼 돌이의 마음은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어요. (중략)
‘그렇다. 그런 아이에게 살며시 다가가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고, 그 아픔을 견뎌 내도록 크게 돕는 것!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아이들에게 희망으로 엮은 튼튼한 밧줄을 던져 주는 것, 밝은 빛을 되찾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그뿐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어려웠을 때 나를 도와준 그분에 대한 보답이지 않을까?’
마침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람다움의 길을 찾았기 때문일까요? 돌이의 마음에서는 더 많은 빛이 흘러나왔어요. (176쪽)
‘사람’이나 ‘사람다움’이란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들쥐인 돌이는 자신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고, 당당하게 대접받고자 합니다. 21장에서 목소리는 돌이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란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탐구해 봅시다. 그리고 그 탐구에 따라 돌이의 주장이 정당한지, 즉 그 주장의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쁨 등에 관해 탐구해 봅시다.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