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바람도 잔다. 자동차 소리에 나가 보니 한 친구가 산 행 준비를 하고 있다. 친구의 이름은 셸리. 헬멧, 아이스 피켈, 라스 포르티바 이중화, 크램폰 등 거의 빙벽 등반 수준이다. 셸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밭을 오른다. 앞선 하이커가 없던 듯 길이 보이지 않아 치고 올라갔다. 가파른 경사로 몹시 힘들었다. 12시쯤 바덴 포웰산(Baden Powell, 2,864.8m) 정상에 올랐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오니 셸리가 힘겹게 오른다. 그가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나무는 Wally Tree로 나이가 무려 1,500살이야.” 모진 비와 눈바람에 시달렸을 테지만 꿋꿋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와 몇 마디 나누고는 난 다시 마루 길로 나선다
. 500m쯤 경사면을 대각선으로 치고 나갔다
. 휴대폰 앱을 보지 않고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 눈 처마 부근에서 빠지기도 하고 그늘진 곳으로 가다가 길을 잃고 돌아오기도 했다
. 허벅지까지 빠지기는 부지기수
. 날이 흐리기 시 작하면서 눈가루까지 날린다
. 점점 앞이 보이질 않는다
. 도저히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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