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다. 장사를 시작한 지 22개월 즈음 됐을 때다. 잘 나오는 매출에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이었다. 빌딩을 사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곧 건물주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도 꾸어 보았다.
그런데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식당을 비워 달라고 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우리 가게가 너무 잘되는 걸 보고 본인이 직접 가게를 할 예정이라며 비우라고 했다. 건물주는 상도덕도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건물주였다.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장사를 잘한 죄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 비용과 자재비를 포함해 1,500만 원 정도만 받고 쫓겨났다. 권리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28-29쪽)
나는 요리는 참으로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가난했지만 5남매의 막내이다 보니 어머니는 내게 궂은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늘 해 주시는 밥, 차려 주는 밥만 먹다가 시집와서는 운 좋게도 시어머님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음식점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내게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주방은 남편이 꽉 잡고 모든 것을 이끌어 갔고, 나는 나의 서비스직에 최적화된 고객 응대부터 회계 및 재무, 매출 관리, 시장 사입, 직원 급여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남편이 전혀 신경 쓰지 않도록 똑순이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각 맡은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긴 세월을 잘 꾸려 온 비결이라고 여긴다. (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