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진학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잘된다니까 전국적으로 경쟁률이 높아서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샤는 다행스럽게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명석한 머리와 체력으로 무사히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작은 규모의 병원에 있다가 여기 샤니 종합병원에는 작년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고 금년 1월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총각 의사가 나타난 것이다.
<28쪽>
“아무튼, 그 병원에 내가 아는 간호사한테 들은 얘기야. 그런데 아이샤가 신 교수와 가깝게 지낸다는 소리가 들리길래, 내가 조언하는 것이니 오해하진 말아. 사실 그런 얘기 듣기 전에 둘이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눈치는 채었지만 암말하지 않았어. 남 사생활 터치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수간호사는 아이샤에게서 여러 차례나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모른 척했다.
“네, 고맙습니다. 앞으론 조심할게요.”
<80쪽>
아이샤가 비명을 지르자, 제임스는 룸미러를 보았다. 제대로 안 보이자 고개를 뒤로 돌렸다. 거의 동시에 아이샤의 왼손이 운전대로 뻗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약간 틀었다. 제임스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하고 연신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106쪽>
“옴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궁금해요.”
“나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어. 병원 원장님이 소개해 줬어. 작년가을에 상처했다는데 아이가 둘이야. 올해 초등 1학년 하고, 그 아래 다섯 살 먹은 애하고. 그 남자가 원장님이 신뢰하는 후배라는 거야. 이비인후과 의사인데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해서 차마 거절 못하고 만났지. 첫 만남부터 나를 아주 좋게 본 거야. 애들에게 새엄마가 되어달라고 매달리더라고. 자기에게도 아내가 있어야 한다나.”
“옴마나, 세상에. 그렇게 해서 연결되었네요. 아이고, 진짜 축하합니다. 그동안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그런 분을 만나려고 고통을 참으셨던 것 같아요. 진짜 왕대박이네요.”
<119쪽>
릴리의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엘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처음 보는 번호가 떴다. 엘프는 거의 하소연조로 말을 하는데, 지금 러시아에 묶인 17억을 풀기 위해서 당장 6천만 원을 보내야 한단다. 내가 지금 계좌가 묶여서 인출도 안 된다. 릴리가 삼천만 도와주면 내가 삼천을 융통해서 육천을 러시아에 보내겠다. 삼 일 후에 갚겠다고 했다. 오늘이나 내일 보내주면 금요일 12시까지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149쪽>